‘쉼’이 필요할 때, 우리는 바다를 떠올린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바람 따라 걷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그런 곳. 경상북도 영덕군의 작은 항구 대탄항은 바로 그런 공간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조용한 바닷마을에는 감성적인 카페와 바닷길, 그리고 오롯한 힐링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여름, 피곤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의 숨을 쉬고 싶다면 대탄항이 그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감성의 밀도를 높이는 카페에서의 한 잔 (카페)
대탄항은 조용하다. 그 조용함 속에서 더 깊은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있다. 항구를 따라 들어서면 소박하지만 감각적인 감성카페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목재 간판과 바다를 향한 창이 인상적인 ‘카페 탄’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카페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따뜻하다. 원목 테이블 위에 흐릿한 노을빛이 떨어지고, 그 옆으로 커피향이 스며든다. 무엇보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으면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거센 파도도, 시끄러운 소음도 없다. 대신 잔잔한 물결이 투명하게 넘실대고, 작은 어선들이 유유히 오가는 모습이 화면처럼 펼쳐진다. ‘카페 탄’ 외에도 대탄항에는 분위기 있는 개인 카페가 몇 곳 더 있다. 이들은 상업적인 카페라기보다는 이곳에 살고, 이곳을 사랑하는 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메뉴보다는 이야기와 공감이 중심이 된다.
고요한 해안을 따라 걷는 느린 여행 (힐링)
대탄항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런 계획 없이 걸을 수 있는 바다길에 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굴곡진 돌길과 소박한 어판장, 바위에 앉은 갈매기들이 대탄항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런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진짜 힐링이 아닐까.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포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따금 낚시를 즐기는 노인의 모습이 보이고, 바위에 기대어 누운 이들도 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이다. 이 길은 걷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길이다. 인생의 고민이든, 소소한 일상이든, 무언가를 떠올리기에 좋다. 잠시 멈춰 바다를 바라보면, 커다란 수평선 위로 감정이 정리된다.
낮보다 더 아름다운 바다의 밤 (해안)
대탄항의 해안은 해가 질수록 더 깊어지는 아름다움을 지닌다. 햇살이 붉게 물든 바다 위로 천천히 가라앉고, 그 위로 서서히 밤이 깔릴 때, 이곳은 또 다른 감성을 드러낸다. 낮의 대탄항이 소박하고 담백했다면, 밤의 대탄항은 은은하고 진중하다. 방파제를 따라 걸어보면 파도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도시의 네온사인이나 자동차 소음은 이곳과 무관하다. 대신 어두운 바다 위로 반짝이는 별빛과, 멀리 항해하는 배의 불빛이 이 공간을 채운다. 밤이 되면 근처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도 느려진다. 바닷가 근처에는 소박한 민박집과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대부분 주인장이 정겹게 맞아준다.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커튼 너머로 바다에서 반사된 달빛이 스며든다.
대탄항은 '여행지'라기보다는 '머무는 곳'이다.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단지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휴식이 된다. 감성적인 카페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걷고, 밤바다에 스며드는 하루.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대탄항은 조용히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올해 여름, 진짜 감성충전이 필요하다면, 화려한 여행지 대신 대탄항으로 떠나보자.